젊은 농부’와 귀농지원책

현천호
2020-08-25







지난해 강원도로 귀농한 젊은 농부 K(30)씨는 요즘 농사지을 땅 매입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매입자금은 정부의 귀농인 융자 지원 대상에 선정돼 최대 한도인 3억원을 확보했다.


문제는 어떤 용도의 땅을 사느냐는 것. 그는 애초 농사에 적합하고 가격도 저렴한 농림지역의 농지를 

사려고 했다. 하지만 귀농 선배들의 조언은 달랐다. 

“농림지역 땅은 가격 상승도 미미하고 나중에 팔기도 어려우니, 개발 호재가 있거나 풍광이 좋은 

강·계곡 주변의 관리지역 땅을 사라”고 권했다.


귀농 선배들이 이렇게 말하는 이유가 있다. 

융자 지원에만 의존해 땅을 사 농사를 시작할 경우 자칫 ‘시한부 귀농’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나중에 땅을 되팔아 빚을 갚아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경우를 대비해 가격도 오르고 잘 팔릴 땅을 

사야 한다는 것이다.


K씨 역시 시한부 귀농의 위험성은 잘 알고 있다. 

귀농인 융자 지원은 연 2%의 이자에 5년 거치 10년 원금 균등분할 상환 조건이다. 

최대 한도인 3억원을 빌렸을 경우, 일단 거치 기간 5년 동안 월 50만원의 이자는 그리 부담스럽지 않다.

 K씨는 믿는 구석도 있다. 

그는 ‘청년 창업농’으로 선정돼 올해부터 3년 동안 일종의 월급(영농정착지원금 80만~100만원)을 지원받는다.

그러나 거치 기간 5년이 끝나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귀농 6년차 상환금은 대출 원금 3억원의 10%인 3000만원에 이자 600만원을 더해야 한다. 

여기에 연간 생활비로 최소한 1400만원만 잡아도 총 5000만원의 농업소득이 필요하다.


현실은 어떨까. 지난해 우리나라 농가의 농업소득은 평균 1026만원에 불과했다. 

연간 5000만원의 농업소득을 올리려면 매출 기준 ‘억대농부’가 돼야 한다. 

농업매출에서 비용을 뺀 소득은 평균 3분의 1 수준이다. 

그런데 연매출 1억원 이상 억대농부는 지난해 고작 3.5%에 그쳤다.

초보농부 K씨가 거치 기간 5년 안에 3.5% 안에 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귀농의 출발점인 농지 매입 단계에서부터 출구 전략을 염두에 둔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농사보다는 나중에 팔아 차익을 챙길 수 있는 농지가 우선이다. 

문제는 초보 귀농인들의 이런 불안심리를 틈타 영농기획부동산들이 ‘대박 땅’을 내걸고 

여전히 교묘하게 침투하고 있다는 것. 여기에 잘못 걸려들면 대박은커녕 자칫 쪽박 차기 십상이다.

지난해 전국 지가는 3.92% 상승했다. 

수도권과 광역시를 제외한 나머지 광역도 가운데 전국 평균 지가 상승률을 상회한 곳은 단 한곳도 없다. 

충남(1.63%)과 경남(0.5%)은 대출 이자율(연 2%)에도 못 미쳤다. 

농지인 답과 전이 각각 3.31%, 3.26%의 상승률을 보였다. 

애초 땅 매입비 외에 세금·중개수수료 등 취득 관련 비용과 농사시설 비용 등을 감안한다면 

본전만 회수해도 사실 선방한 셈이다.


‘돈 빌려줄 테니 5년 안에 억대농부 되라’는 식의 귀농지원책이 결국 K씨 같은 젊은 농부마저도 

대박을 좇는 ‘땅꾼’으로 내모는 우려스러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젊은 농부 K씨가 잃어버린 5년이 아닌 농업·농촌의 희망으로 우뚝 서게 하려면 ‘억대 농부’도, 

‘대박 땅꾼’도 아닌 귀농지원책의 새로운 좌표가 설정되고 세부 실행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이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책임이자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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